[ 과일을 싫어하는 남편 ]
돌아가신 시부모님은 생전에 트럭에 과일을 가득
싣고 팔았는데 남편은 어린 시절 팔고 남은 과일을
식사 대신 먹던 가난할 때의 기억에 지금도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남편이 어느날 사과를 잔뜩 사들고 들어왔는데
남편이 사과를 사온 것도 신기한데 사온 사과들은
하나같이 모나고 상처 난 것들이었다
하도 이상해 싫어하는 사과를, 그것도 모난 것을
사왔느냐고 물었지만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다
이후에도 계속 모난 사과를 사 왔지만, 말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아 캐묻지는 않았다
어느 날 남편과 함께 가는데
한 할머니가 남편을 보고 말했다
“오늘도 사과 사러 왔어? 좋은 놈들로 골라놨으니
이거 가져가 매번 상처 난 사과 그만 사 가고”
“조금 삐뚤어진 사과가 저는 더 달고 맛있어요”
상처 난 사과만 산 남편은 저에게 미안한듯 말했다
“이런 것들은 안 팔려서 할머니가 집에 가져가서
먹기 싫어하는 손주한테 먹인다고.
좋은 것 팔고 그 돈으로 맛난 거 사주면 좋잖아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도 나고 해서…”
저는 그런 남편의 손을 살며시 잡아주며
따뜻한 미소를 보냈다
#사람이 사람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은 눈도 아니고,
지성도 아니거니와 오직 마음뿐이다.– 마크 트웨인